고등학생 때, 나에게 영어는 학교에서 하는 것 이외에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영어는 그냥 대학을 가기 위한, 취직을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보니까 해외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땐 너무 어렸다.
대학생이 되고 학교에서 영어회화 수업을 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실력은 엉망이였다. 여름방학 때 우연한 기회로 "콜드스톤"이라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스크림가계에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게 되었다. 2006년 한국에 처음으로 매장이 생겼다. 한국의 1호점 종로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초창기라서 미국에서 직접 파견나온 직원이 같이 근무를 했다. 종로에는 어학원들이 많아서 외국인 강사들이 자주 찾아왔었다. 주변에 갑자기 외국인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니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같이 일을 하는 한 아르바이트생과 사귀게 되었다. 그 아이는 어렸을 때 가족을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살았었다. 학교는 국제학교로 다녔었다. 미국의 교육 환경에서 자라온 것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한국에 오게 되었는데 외국에서 살던 학생의 대부분이 돌아오게 되면 외국어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아이도 역시 집 근처에 있는 외고에 진학을 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일요일에도 교복을 입는 그 학교의 학생들을 보면서 혀를 찬 적이 있다. 학생들의 교복에 대한 자부심이 장난이 아니였다. 그러나 그 아이를 만나고 어쩔 수 없는 아이들의 사연을 듣게 되었고 오히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를 만나면서 인도네시아에서의 삶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외국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영어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교환학생을 준비하게 되었고 토플도 시작하게 되었다.
언젠가 여행을 가기 위해서 일을 하는 중간에 돈을 모아서 DSLR 카메라도 준비했다.
그렇게 "콜드스톤"에서의 2년 가까이 일을했다. 일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곧 입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2월 까지 일을 하고 6월에 입대를 했다. 3월에 입대를 신청했지만 밀리고 밀려서 6월에 가게 되었다. 3월부터 6월까지 무엇을 할 까 생각을 해 보았는데 그동안 모아온 돈과 퇴직금을 합해서 약 500만원정도로 유럽여행을 기획했다.
비행기 티켓을 직접 결제를 했더니 아버지께서 기특하다고 유레일패스를 끊어주셨다. 그 이외의 경비는 모아둔 돈으로 여행을 떠났다.
총 42박 43일의 기간으로 6주동안의 유럽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행 기간중에 사진도 많이 찍고, 일기도 빼놓지 않고 하루하루 적었다. 그 때의 기억을 살려서 "유럽 그리고 방랑자"를 시작한다.